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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인도네시아 전통직물에 숨은 이야기들

 

인구수도 많지만 1,300개 이상의 다양한 부족이 사는 인도네시아에는 각 부족의 전통과 정서,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문양의 직물들이 발달했습니다.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바틱 패턴이 무려 3천종이 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5가지 직물들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 보겠습니다.

1 | 뜨눈 그링싱(Tenun Gringsing) - 건강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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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링싱은 발리의 뜽가난 (Tenganan)에서 생산되는데, 한 쌍의 바늘로 동시에 두 층의 천을 만드는 이중 편직(double-knit) 기법을 씁니다. 그링싱의 그링(gring)은 ‘아프다’, 싱(sing)은 ‘아니오’라는 뜻으로, 말그대로 ‘아프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이 직물에 각종 신체적, 영적 질병에서 보호해주는 마법의 힘을 담고있다고 믿었습니다.

발리 신화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천둥의 신인 인드라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직공들에게 별, 달, 태양, 하늘의 모습을 담은 광활한 하늘풍경을 표현해 내도록 이 직조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2 | 떼눈 이깟 플로레스(Tenun Ikat Flores)- 화합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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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가 높기로 유명한 플로레스 지역의 떼눈 이깟을 만드는데는 무려 20개 이상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한 조각을 완성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누사뜽가라 동부에 위치한 플로레스의 말우메레(Maumere), 시카(Sikka), 은데(Ende), 앙다(Ngada), 낭에 케오(Nage Keo), 마랑아라이(Manggarai), 리오(Lio), 렘바따(Lembata) 등의 마을에서 이 직조법을 사용합니다. 직조법은 비슷하지만, 각 마을 마다 민족성, 관습, 종교 및 일상 생활을 나타내는 상징을 담은 패턴과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인도네시아의 국장의 의미와도 상통합니다.

바틱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문양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마름모는 정부와 국민의 단결을, 삼각형 패턴은 플로레스의 산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패턴이 남성용 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종일 앉아서 직물을 짜던 여성들의 고된 삶을 문양에 풀어낸 걸까요?

 

3 | 테눈 숨바(Tenun Sumba) - 독특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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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 섬은 발리에서 국내선으로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리와는 전혀 다른 자연 풍경을 담은 섬입니다. 춤추는 맹그로브나무, 니히와뚜 해변 등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비경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숨바사람들에게 ‘이곳의 상징’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 묵직하고 촘촘하게 짠 테눈(Tenun Sumba)이라고 답합니다. 테눈을 만드데 소요되는 기간, 염색법을 이해하면, 이 직물이 왜 숨바의 상징인지, 메겨진 가격이 결코 비싼 게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천 한 두름을 만드는데, 42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기간은 보통 3년 정도 걸립니다.

특히 염색법이 독특합니다. 이 직물이 비쌀 수밖에 없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염료는 노니 뿌리, 나무 섬유 및 진흙과 같은 천연 재료에서 추출합니다. 이런 천연염료를 끓이고 빻아 배합한 후 그왕(gewang)잎을 사용해 천에 색을 입히고 건조하기를 반복하는 고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염색법을 사용합니다.

패턴 역시 독특합니다. 숨바 사람들에게 말은 명예의 상징이기 때문에 영웅주의, 위엄, 귀족 신분을 나타냅니다. 악어와 닭과 힘과 활력을 뜻합니다. 보통 왕가에 속한 사람들만 이 문양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앵무새는 화합을 상징합니다. 일상에서는 물론, 환영 출산, 결혼, 장례식 등 관혼상제에서서도 숨바섬의 테눈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새우에는 부활과 영생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에 망자의 몸은 새우 문양을 새겨 넣은 천으로 덮습니다. 

4 | 우로스(Ulos) - 축복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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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스는 원래 날씨가 서늘한 북부 수마트라에 사는 바딱 부족들이 즐겨 사용하던 담요를 말합니다. 바딱족은 인간에게 따뜻한 기운을 주는 근원은 태양, 불 그리고 우로스라는 친근하고 자애로운 신적존재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우로스는 보통 빨간색, 검은색, 흰색실로 천을 짜고, 금색과 은색 실로 장식을 하기 때문에 색감만으로도 한눈에 알아보기 쉽습니다. 우로스는 팔렘방 지역의 전통 송껫(songket)을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지만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베틀로만 짭니다.

우로스는 등급에 따라 가격차이가 큽니다.

최고 등급은 우로스 라지덥(Ulos Ragidup)으로, 바탁사람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전해주어 장수하게된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어깨를 두르는 숄(sitalihononton)로 사용합니다.

우로스 사둠 앙콜라(Ulos Sadum Angkola) 혹은 우로스 고당(Ulos Godang)이라 부르는 문양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선물하는데 가족에게 기쁨과 축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습니다. 등급은 고당이라지덥보다 낮지만, 가격은 고당이 훨씬 비쌉니다.

 

5 | 바틱 파푸아(Batik Papua) - 극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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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에서 바틱문화가 꽃피기 시작한지는 상대적으로 최근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여느 전통이 담긴 지역들 못지않은 개성이 담겨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85년 유엔 개발 계획(UNDP)으로 부터 문화유산 육성을 위한 지원을 받아 족자카르타에서 바틱 명인들을 파푸아로 데려와 훈련을 하기 시작했는데, 훈련을 받은 파푸아의 바틱 직공들은 점차 자신만의 독특한 바틱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독특한 동식물들이 많이사는 파푸아는 바틱 패턴 역시 예사롭지 않습니다. 유명한 파푸아 바틱 문양으로는 아스맛(Asmat), 첸드라와시(Cendrawasih), 까모로(Kamoro), 쁘라다(Prada), 티파 호나이(Tifa honai), 파푸안 센타니(Papuan sentani) 등이 있습니다. 이 문양들은 꽃 패턴들과 조화를 이루어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인도네시아의 각 섬과 부족들의 삶의 모습과 철학을 담은 직물들의 문양과 직조법에 담긴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삶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부족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한폭에 수놓은 듯해 문양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 때는 그곳의 전통직물은 무엇인지 패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꼭 한 번 관심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